빌 게이츠가 워렌 버핏 조언을 듣지 않았다면

1. "주식쟁이는 안 만나겠다"던 사나이
1991년, 빌 게이츠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워렌 버핏과의 만남을 권유했다.
당시 게이츠의 반응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저는 컴퓨터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주식 투자자랑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세계 최고의 투자자를 '주식쟁이' 한 단어로 퉁친 것이다.
물론 그 시절 버핏도 IT업계에선 그냥 '오마하 어딘가에 사는 부자 노인' 정도의 인식이었으니 이해는 간다.
어쨌든 만남은 성사됐고, 이 두 사람은 첫 대화에서 무려 10시간을 넘기며 대화했다.
할 말이 없다던 사람이.

2. 문제는 포트폴리오였다
당시 빌 게이츠의 자산 구성은 단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상 끝.
자산의 거의 전부가 단일 종목에 집중된 구조로, 투자 교과서가 가장 먼저 금지하는 형태였다.
버핏은 친구에게 분산투자를 권유했고, 게이츠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지분을 천천히 매각하기 시작한다.
상장 당시 지분: 약 45%
현재 지분: 약 1.3%
숫자로 보면 처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3. 그래서, 팔지 않았다면 지금 얼마였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986년 상장 당시 지분을 단 한 주도 매각하지 않고 보유했을 경우의 현재 가치는 다음과 같다.
주식 가치만: 약 1.4조 달러 (한화 약 1,900~2,000조 원)
배당 수익 포함 시: 2,500조 원 이상 추정
이게 어느 정도냐면, 현재 세계 부자 1위인 일론 머스크의 자산을 두 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1등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격차로 1등인 상황이 됐을 거라는 얘기다.

4. 옆에서 아무것도 안 했더니 이긴 남자
이 맥락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인물이 있다. 스티브 발머 전 CEO다.
그는 게이츠와 달리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팔지 않았다.
특별한 철학이 있었다기보다, 그냥 안 팔았다.
결과적으로 4%대 지분을 유지한 채 현재 자산이 약 200조 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조만간 창업자인 게이츠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아무것도 안 하기'의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5. 2,000조를 버리고 얻은 것
수치상으로만 보면, 버핏의 조언은 게이츠의 재산을 수천조 원 단위로 증발시킨 셈이다.
분산투자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조언이 역사상 최대의 기회비용을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하지만 게이츠는 매각 자금을 기반으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
80조 원 이상을 전 세계 질병 퇴치와 빈곤 해결에 쏟아부었다.
따져보면 이건 2,000조짜리 기부다.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를 지키는 대신, 그 돈으로 말라리아를 잡고 소아마비를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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