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왜 쇠숟가락 아닌 ‘나무 곤봉’으로 뜰까?
꿀단지에 꽂혀 있는 곤봉 모양의 막대,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어도 사진으로
본 적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막대 끝의 둥그런 부분이 꿀벌 몸통을 닮았다.
이 막대의 용도는 무엇이며, 왜 이렇게 생긴 것일까?
이 나무 막대의 정식 명칭은 허니 디퍼(Honey dipper)다. 밥을 숟가락으로 뜨듯 꿀을 뜰 때
사용한다는 뜻이다. 꿀을 숟가락으로 떠서 다른 곳에 옮겨 담으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는
꿀 타래가 꿀단지 입구나 탁자에 떨어져 지저분해진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려고 디퍼를 쓴다.
허니 디퍼 표면의 짙은 선 부분은 움푹 파인 홈이다. 허니 디퍼를 꿀에 담갔다 빼면,
홈 안으로 꿀이 들어가며 허니 디퍼 표면에 꿀이 둥글게 맺힌다. 허니 디퍼가 지면과
수직 방향을 이루도록 유지하면 꿀을 흘리지 않고 다른 그릇으로 옮길 수 있다.
꿀을 음식 위에 떨어뜨리고 싶다면 막대를 지면과 평행하게 기울이면 된다.
꿀 외에도 시럽이나 조청 같이 끈적끈적한 식품을 뜰 때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등 금속이 꿀에 닿으면 변질된다는 속설이 있다. 금속이 산화되며 꿀 속의
항산화 성분을 파괴하고, 맛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허니 디퍼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틀린 속설이다. 싱가포르 꿀 회사 엘 날(El Nahl)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꿀 생산 과정에 쓰이는 장비 대부분이 스테인리스 재질." 이라며
"입증할 만한 과학적 연구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테인리스 숟가락이
꿀에 잠깐 닿는 것으로 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 밝혔다. 그럼에도
스테인리스 숟가락이 못 미덥다면 플라스틱이나 나무 재질의 숟가락을 쓰는 게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