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위트가 넘쳤던 교황 요한 23세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교황에 오르기 전에는 상류층 사람들에게 노골적인 무시와 푸대접을 당하곤 했다. 한 번은 어느 고급 파티에서 누군가 성직자인 그에게 여자의 나체 사진을 보여주며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요한 23세는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 네. 어머님이신가 보군요. 참 잘생기셨습니다.
요한 23세가 외교관으로 재직하였을 때의 일이다. 한 여자가 파티에서 야한 복장으로 나타나서 론칼리 몬시뇰에게 아는 체를 하자, 그 여자에게 사과를 건네며 이렇게 디스를 했다고 한다.
자매님!! 이 사과를 드시고 부끄러움을 느끼시지요.
이 에피소드는 구상 시인이 요한 23세에 관해서 쓴 수필에 소개된 것이다.
요한 23세는 밤에 잠을 조금 자고 일찍 일어나는 대신 낮잠을 자곤 했다. 요한 23세가 낮잠을 자는데 뭐라고 잠꼬대를 하고 있어서 들어봤더니,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모릅니다. 교황에게 물어보지요.
로마 경비대장이 요한 23세를 알현하러 와서 예법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요한 23세는 경비대장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일어나세요! 당신은 장교지만 나는 사병이었습니다.
요한 23세는 신학생 시절 징집되어 사병으로 1번, 사제 시절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의무병으로 징집되어 복무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전 중에 군이 복무 중인 사제를 군종 신부로 임명함에 따라 장교로도 임관했기에 실제로는 장교 출신이었다.
요한 23세가 아직 안젤로 추기경이던 시절,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 밑에서 복역하다 풀려난 추기경이 로마에 찾아왔다. 안젤로는 그를 맞이하러 나갔다. 같이 기차를 타고 바티칸으로 향하는데, 감옥에 있다 나온 이 추기경은 바깥 구경을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차가 잠시 정차한 틈을 타서 두 추기경이 함께 산책하기로 했는데, 바깥 구경을 정신없이 하는 사이에 기차가 떠날 시간을 놓쳤다. 감옥에 있었던 추기경은 당황했는데 안젤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지금 제 뒤에 있는 분 보이죠? 이 분이 기관사입니다. 기차에서 내려올 때 잡아왔죠. 이 분이 있는 한 기차는 떠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