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유지비 15억원?" 사실은…판다효과 상상초월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기 시작하자 100여 대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올라갔다. 아이돌 콘서트장에서만 보던 대포 카메라도 여럿 등장했다. 푸바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람객들은 귀엽다는 탄성을 내뱉었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푸바오가 앉아 있다가 얼음판에 배를 깔고 눕자 동그란 엉덩이가 관람객들을 향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귀여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푸바오의 귀여움은 무더위도 이겨냈다.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 2시의 에버랜드. 7월 24일 찾은 에버랜드는 최고 섭씨 영상 32도까지 오른 무더위에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었다. 다섯 걸음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곳이 있었다. 푸바오 가족이 사는 ‘판다월드’다.
“푸바오를 보러 1년 반 동안 매주 에버랜드에 왔어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게 푸바오의 매력이죠.” 판다월드에서 만난 박지영 씨는 푸바오가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귀여운 모습을 눈에 담는 게 새로운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판다월드에서 마주친 관람객 중 4분의 1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일본·중국·베트남·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판다월드를 찾았다. 여자 친구와 함께 방문한 베트남인 레밍 씨는 “판다를 보러 에버랜드에 왔다”며 “베트남에서는 판다를 볼 수 없어 직접 보니 신기하고 생각보다 더 귀여운 데다 판다월드가 시원해 나가기 싫다”고 말했다.
"푸바오 보러 매주 와요"
굿즈 판매 4배, 방문객 2배 늘었다
푸바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에버랜드 판다월드 방문객 수는 2배 늘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성수기 기준 하루 평균 4000명이 판다월드를 방문했었다면 최근에는 약 8000~9000명으로 입장객 수가 늘었다”며 “특히 사진을 찍고 오랫동안 푸바오의 행동을 지켜보는 입장객이 많아지면서 판다월드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의 새로운 마스코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푸바오의 인기가 급증한 5월 이후 판다 관련 굿즈 판매량이 이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에버랜드 입장객이 아니더라도 푸바오 굿즈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와 에버랜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 굿즈 숍 등을 통한 온라인 판매량은 지난 봄 같은 기간 대비 약 4배까지 증가했다.
‘아기 판다 푸바오’ 책은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푸바오는 한 살’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최근 출시 2년여 만에 인기 순위 톱100에 재진입하며 역주행 중이다. 에버랜드 유튜브 구독자 수는 푸바오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에버랜드는 판다로 인한 정확한 경제효과는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에버랜드에 오로지 판다만 관람하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처럼 판다를 임대해 우에노동물원에서 사육하고 있는 일본에서 추산한 숫자가 있다. NHK는 새끼 판다가 일본에 주는 경제효과를 267억엔(약 2700억원)으로 추산했다. 동물원 입장료와 음식값, 기념품 구매 등을 합친 효과다.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기종을 홍보하기 위해 사육사들에게 '갤럭시S 23울트라'를 제공했다. 더 좋은 화질로 담긴 판다 가족의 일상이 100만 구독자에게 홍보되는 셈이다.
판다 유지비 15억원? 실제로는 1억원
판다가 집객 효과나 경제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에게는 하나의 사회 공헌 활동(CSR)이기도 하다. 판다는 멸종 위기종이다. 삼성물산이 멸종 위기종에 대한 보호기금을 기부하고 에버랜드는 판다 양육을 통해 ‘야생 동물 보전’이라는 동물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야생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험의 장이다.
푸바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에버랜드 주토피아팀에서 진행하는 판다 교육에는 매주 수강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덤이다. 푸바오에게 많은 사람이 마음의 위안을 얻고 판다에 대한 에버랜드 사육사들의 따뜻한 애정이 알려지면서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모두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졌다. 푸바오는 얼마 전 중국에서 진행한 판다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판다 유지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문도 과장됐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2016년 판다 한 쌍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에 낸 보호기금은 100만 달러(약 10억원)다. 한 마리당 약 5억원의 보호기금을 냈다. 이 기금은 판다의 생육 및 연구, 중국 내에 있는 4개의 판다 보호기지 운영 등에 쓰인다.
판다의 임대 기간은 기본 10년, 중국 정부가 연장을 허가하면 다시 추가 10년을 늘릴 수 있다. 판다의 수명이 20년인 것을 감안하면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평생 한국에서 살다 갈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과 대만에서도 20년 동안 살다가 생을 마감한 판다가 있다.
다만 푸바오처럼 첫 산차에 태어난 새끼 판다는 추가로 50만 달러의 보호기금을 내야 한다.
또 새끼가 성체가 되면 종 보존을 위해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 다음 산차에 대한 추가 기금은 없다. 푸바오 쌍둥이 동생이 태어났을 때는 삼성물산 측이 중국에 돈을 내지 않았다.
삼성물산, 사회공헌·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덤
“우리가 왜 대여료까지 내야 되느냐”는 불만도 있지만 판다는 임시 대여나 인공 증식만 가능한 동물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가 간 교역에 관한 국제적 협약(CITES)’에 지정된 동물로 국제 거래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CITES에 따라 세계 어디든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이 갖는다.
온라인상에서는 판다 유지비용이 1년에 15억원이라는 루머가 돈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판다 3마리를 키우기 위해 대나무를 공수하는 비용은 1년에 1억원 정도다.
정동희 에버랜드 주토피아 팀장(동물원장)은 “유럽이나 중동처럼 대나무를 공수하기 어려운 국가에서는 사료를 위해 항공기나 배를 띄워야 해 막대한 유지비용이 드는 만큼 반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판다가 다른 동물에 비해 사료 값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대나무 산지가 가까이에 있어 3마리의 사료 값으로 1년에 1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최적의 사육 공간과 최고의 판다 체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판다월드에 약 2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세계적 동물원 디자인 업체인 댄 펄만(Dan Pearlman)이 디자인과 설계를 맡아 서식 환경에 최대한 가깝게 조성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의 판다 사육 공간이다.
주식인 대나무 공수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매주 2회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대나무를 공수해 온다. 판다 1마리당 하루 동안 약 50kg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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