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자도 당한 무급·노동착취, 팬심 악용한 가스라이팅 

경력자도 당한 무급·노동착취, 팬심 악용한 가스라이팅 


 

 

한 유튜버와 버튜버그룹을 둘러싼 노동착취 문제를 취재하는 가운데 받은 무수한 제보는 특이하게도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직군,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피해자는 모두 수년간 여러 프로젝트에서 무급으로 일했고 어떤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경력직도 있었다. 이들은 팬심으로 시작해 장기간 노동착취를 당한 후 겨우 빠져 나온 케이스였다.

"당시에 저도 참 미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저처럼 기회만 엿보던 분들이 정말 많았을 겁니다."
 



 

고등학생 때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는 제보자 하 씨는 특정 버튜버의 커버영상 작업을 시작으로 3년 5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시작은 팬심이었다. 특정 버튜버그룹에 빠져 있던 그는 해당 멤버의 작업을 돕겠다고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카페에 올렸고 그게 발탁이 돼 참여하게 됐다.

다른 제보자 나 씨도 같았다. 2년 넘게 프로그래밍 파트 경력자에 참여했다가 내부에 환멸을 느껴 빠져나왔다는 그는 이용만 당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팬심이나 선의를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했던 분들 대부분이 무급 또는 최저도 안 되는 비용을 받고 있었지만 업무 강도는 매일 철야를 해야 할 정도였죠."

실제로 해당 버튜버그룹의 당시 일정은 상당히 빡빡했다. 웬만한 아이돌 일정을 넘는 수준이었다. 개발인력이 상시 붙는 버튜버공연이라 더 그랬다.

단순 장비만으로 하는 인터넷방송과 달리 버튜버공연은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음에도 이 부분조차 무급으로 참여한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하 씨는 주장했다.
 



 

폭로에 나선 바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폭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첫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무급 노동착취와 저작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시작도 팬심이었다. 유명 VR게임의 맵을 제공한 배경 역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용만 당한 셈이 됐다.

바 씨 역시 계약서를 쓴 적도 없었고 자신이 제작한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도 행사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노동착취,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가 기자에게 비슷한 내용을 제보했다. 단발성 재능기부처럼 시작했지만 어느새 끌려가듯 다음 프로젝트에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혹사당했다.

빠져나오는 일도 쉽지 않았다. 팀원 대다수가 프로젝트 참여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행여나 비용정산 등을 언급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제보자와 버튜버그룹 멤버의 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하 씨가 작업자 교체에 대한 말을 꺼내자 멤버는 당연하다듯 "혹시 페이를 음..."이라고 말한다.

직접적으로 조공이라는 표현과 함께 "이럴 경우에는 페이를 드리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라고 언급, 이런 일이 꽤 많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대화가 오간 작업은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퇴출당한 자리는 카페에 이력서와 포플을 올린 또 다른 팬으로 채워졌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이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들의 대화로 유추해 보면 유명세를 바탕으로 한 인정 욕구 자극이 가장 컸다.
 

유튜버는 초중생 사이에서 장래희망 상위권에 있는 직업군이고 버튜버는 그들이 빠져 있는 새로운 문화다. 이들에게 인정을 받는 건 상당한 매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팬심으로 재능기부에 나선 이들에게 대형프로젝트 참여와 영상 말미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려주겠다 등으로 환심을 산 후 꾸준히 착취하는 식이다.

그중에서 프로젝트 성과가 뚜렷한 이는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행사 초대나 식음료 쿠폰을 제공하고 유튜버 또는 버튜버 멤버가 당신을 신경 쓰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꾸준히 전달, 버티게 만들었다.

바 씨는 이 상황을 "상대방 측에서 팬 활동, 도움이라는 명목으로 요청이 이어졌고, 주변도 같은 조건으로 참여하고 있어 문제의식이 희박했습니다"다고 말했다.
 


 

다른 제보자 역시 외부에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피해자인 것도 모른 채 노동착취를 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재능기부를 한 것이 무슨 문제냐는 지적이 있지만 해당 유튜버와 버튜버 프로젝트는 모두 상용화됐다. 비영리작업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될 근로계약, 또는 프리랜서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1년 넘게 이어지는 프로젝트가 많았음에도 이들을 장기간 무급으로 썼다는 건 팬심을 악용한 노동착취에 가깝다.

미성년자 노동법에 따르면 15세 미만은 근로자로 쓸 수 없으며, 15~18세 미만 청소년은 1일 7시간, 1주 35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들은 야간 및 휴일 근로 자체가 금지돼 있고 고용 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와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사업장에 갖춰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기업정보 사이트에 기재된 MCN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이 과정에서 탈세와 탈루도 의심된다. 해당 유튜버와 버튜버가 속한 MCN는 지난해 200억 원이 넘는 매출과 1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대비 60%, 업계평균 대비 240%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2023년 마이너스 5억 대에서 1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경쟁사 대비 압도적 수치다.

성과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금도 피해자가 생기는 노동착취 구조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으면 이를 막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의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재능기부로 포장해 '당한 사람이 문제'라는 식의 접근은 매우 나쁘다. 이들은 악용당한 피해자다.

제보자들은 "외부 시선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게 됐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폭로를 결심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을 인지한 과정이 곧 폭로를 하게 된 배경입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해당 유튜버와 버튜버그룹, 이들 속한 MCN 등에 반론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김동현 기자 jikigame@gmail.com

출처 : 글로벌E(https://www.globale.co.kr)

 

https://www.global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925#rs
 

 

신고
SNS 공유하기


0 Comments


제목
+

새글알림

지금 뜨고있는 이슈